본문 바로가기

엄마의 책장

90년생이 온다를 읽고

오랜만에 재미있는 책을 만났다. 생각지도 못하게 힐링이 되고 무릎을 치게 하는 책이었다.

예전에 당돌한 캥거루는 국내 대기업에서 근무했었다. 업무강도가 센 부서였기에 하루하루가 고되었던게 사실이다. 힘들었어도 버텨보자는 생각이 강했고 묵묵히 그 시간들을 견뎠다. 무려 10년이란 기간을.

하지만 최근 3-4년동안 신입직원들은 부서로 발령받고 약1년을 견디지 못하고 또는 안하고 퇴사를 하는것을 보았다. 이유는 여러 가지였지만 결론은 하나, 퇴사. 가장 기억에 남는 어린 친구의 퇴사중 하나는 그 퇴사하기로 결정한 친구의 퇴사 이유였다. 선배직원의 모습이 미래의 자신의 모습이 될까봐 무서워서 였기 때문이다. 그 선배직원은 나와 동갑내기 직원으로 나랑 가까운 직원이었다. 나의 관점에서는 자신의 사생활을 반납할 정도로 열심히 일하는 직원정도로 생각되었다. 하지만 젊은 직원에게는 그것이 퇴사의 이유가 되었던 것이다. 30대로 이미 꼰대세대로 입문하게된 당돌한 캥거루에게는 참으로 신선했다. 분명 어려운 입사 였을텐데 부서이동 요청도 아니고 퇴사라니. 그렇다 그들은 90년생이었다.


당돌한 캥거루는 이 책을 읽으며 힐링도 받고 씁쓸함도 느꼈다. 난 내가 다녔던 회사가 꼰대가 가득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한민국 어느 회사를 갔어도 똑같이 꼰대문화가 있었을 거라니. 세상에나. 10년을 견딘 지금은 내가 어렸을때 상종도 못하겠다고 생각했던 그 꼰대들과 친구가 되었다. '차장님, 그때는 차장님이 사람이 아닌줄 알았어요.' 라고 농담해도 그들은 이제 나의 말을 허허 웃어 넘긴다. 많은 시간동안 내가 그들의 비위를 맞추었고 나 또한 직급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약 10년전 나에게 어딜가도 똑같았을 것이었다는 안도감과 함께 그들과 동화되었다는 씁쓸함이 함께 느껴졌다.

하지만 90년대생들은 다르다. 그냥 퇴사한다. 그들의 선택은 용기가 있다. 나를 포함한 꼰대들에게 그만한 경종이 없다. 눈뜬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는 그들의 주장대로 재밌어야 한다. 물론 일을 하면서 재밌어야 한다. 누가 누구보다 직급이 높고..이런건 구세대적이지 않은가. 각 직급에 맞게 서로를 존중하며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의 결과를 내는것. 그것이 모두를 위한길이 아닌가.

책에서 말한 90년대생들의 특징은 어쩌면 이세상을  합리적이고 똑똑하게 사는법 인것으로 느껴진다. 또한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행동하며 일방적인 희생을 당당히 거부하는 젊은이들. 자신의 의견이 존중받길 바라며 자신의 여가를 위한 시간도 존중받길 바라는 세대.  90년대생이 아닌 꼰대가 되기쉬운 나를 포함한 모든 세대는 그들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함께 나아가고자 하는 태도가 가장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