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하고 출산 후 많이 들이 들었던 단어 중 하나는 산후 우울증 이었어요. 산후에 오는 우울증.
생각보다 심각하게 오는 사람도 있고 감기처럼 살짝 지나가는 사람도 있는것 같아요. 저는 스스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하는 인간이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산후 갑자기 우울함이 밀려오거나 눈물이 나거나 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정말 호르몬의 장난인지 감정의 롤러코스터가 오더라고요.
그래도 원했던 아가가 와준터라 아가의 존재가 항상 귀하고 소중해서 많이 힘들지는 않았던거 같아요. 하지만 그와 별개로 나 자신에 대한 마음이 힘들었던거 같아요. 우선 몸이....몸이...출산전과는 많이 아주 많이 달라져 있었어요. 1. 온몸이 지방에 둘러쌓여 있는 느낌 2. 살은 과연 빠질것인가에 대한 의문. 누가봐도 아줌마로 사는것이 아닌가 라는 불안감. 이땐 가끔 외출시 날씬한 아주머니들을 보면 정말 대단해 보이더라고요. 저분들은 어떻게 저런 몸매로 살수 있는것인가. 3. 나의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양육과 나의 삶이 공존할 수 있는것인가. 4. 아가를 잘 양육할 수 있을 것인가.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충분한 부모가 될 수 있는것인가. 많은 생각이 폭풍처럼 지나갔었어요.
하지만 많은경우 그렇듯 아무리 머리를 굴린다고 답이 나오는것은 별로없고 불안함과 우울함과 같은 감정이 남아있었어요. 그래도 스스로 수영장에서 배형으로 몸을 띄우듯 최대한 몸에 힘을빼고 하늘을 보고 돌아 누우며 몸이 떠오르기를 기다렸어요. 발로 물을 차며 몸이 띄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아래와 같은 아주 소소한 노력을 생활에서 해보았어요.
1. 하루에 한번 샤워를 했어요
출산을 하지 않은 사람은 무슨소리 하나 싶겠지만 신생아를 둔 엄마가 샤워를 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요. 아가가 잠이 들었다가도 금새 울고 울면 달래주고 살펴보아야 하기 때문이에요. 특히 당돌한 캥거루처럼 모유수유를 열심히 해보고자 했던 엄마는 전쟁터에 있는 사람처럼 반사적으로 아가에게 뛰어가야 할것 같았기 때문이에요. 그런 엄마가 하루에 한번 샤워를 꼭 하기는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샤워조차 하지 못하면 머리와 몸이 무거워 지면서 정말 우울해 지더군요. 출산으로 몸상태도 엉망인데 거기다 청결하지 못하면 꿉꿉한 느낌으로. 어떻게든 짬을 내어 (신랑, 산후 도우미 등 다른 사람에게 잠시라도 아기를 맡기거나 아가가 잠이 들었을때 번개같이 씻는 등) 머리라도 깜으면 그래도 기분이 한결 나아 졌어요.
2. 샤워 후 얼굴에 팩을 했어요.
팩이 비싼것이 아니어도 좋아요. 홀리카홀리카와 같은 큰 부담되지 않는 팩이라도 얼굴에 잠깐이라도 붙이고 있으면 기분이 나아졌어요. 몸이 회복되기 위하여 최소한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위안 같은거 였어요. 출산 후 기름기가 쫙 빠진 느낌이 들었고 팩이라도 하면 그래도 괜찮아 괜찮아 하는것 같았어요.
3. 무리하게 운동을 시작하지는 않았어요.
마음과 같아서는 출산 후 100일 후부터 운동을 해서 출산한 여성의 몸매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렇게 무리해서 하는 운동은 오히려 장기적으로 몸에 무리가 가서 좋지 않다고 해요. 조금은 기다리며 그래도 언젠가는 빠질거라 희망을 놓지 않았어요. 주변에서 8~9개월이면 많이 빠진다고 하더군요. 당돌한 캥거루는 만 11개월쯤 지나니 출산 후 몸무게로 다행이 돌아왔어요. 감사히도요.
4. 아가에게 조용히 노래를 곧잘 불러 주었어요.
출산후에는 호르몬의 장난으로 갑자기 눈물이 날때도 있었어요. 그럴때 마음이 조금 고요해 지면 아가에게 노래를 조용히 불러주곤 했어요. 어느 순간 아가에게 불러주는 노래가 나 자신에게 불러주는 노래도 되어 마음이 평안해졌어요.
사람마다 자신의 기분을 조금 나아지게 하는 방법은 다른것 같아요. 제 친구는 출산전 찍어두었던 행복했던 사진을을 많이 보며 마음을 달랬다고도 해요. 아가가 울면 이방법 저방법 바꿔가며 노력해보듯 출산으로 힘들어하는 나 자신에게도 이런방법 저런방법을 해보는게 좋은거 같아요. 아가에게 먹는것보다 노는것보다 그 무엇보다 소중한건 행복한 얼굴의 엄마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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