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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웃음과 눈물 스토리

미세먼지가 불러온 추억 그리고 미안함

안녕하세요. 오늘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날 입니다. 집에 있어도 목이 따끔거려 감기걸렸나 고개를 갸웃뚱 하게 만드네요. 뿌연 하늘을 보니 문득 이젠 비가오면 절대절대 맞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는 미세먼지를 그대로 싣고 내릴테니까요.

생각해보면 저희 어렸을때도 비를 맞지 말라고 했었어요. 산성비라서 나쁘다고요. 하지만 사실 비를 맞는다고 해서 큰일 나지는 않았습니다. 전 고등학교때도 대학교때도 곧잘 비를 맞곤 했어요. 이상하게 비를 맞으며 걸으면 로맨틱하다고 느꼈던거든요. 고등학교때는 비오는날 서클활동시간에 친구랑 몰래 나가서 비를 맞고 들어온 날도 있었고, 대학생때는 심지어 대학로에서 비오는날 친구랑 우산없이 맨발로 걸었던 적도 있어요. 철퍽철퍽 소리를 내면서요. 어차피 다 젖을건데 신발이 무슨 소용이고 우산이 무슨 소용이랴 하면서요. 그때 함께 했던 친구와의 깔깔거림들은 저의 마음속 깊이 추억으로 자리잡고 있죠.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영화의 명장면중 하나는 영화 클래식에서 비오는날 조인성과 손예진이 함께 자켓을 뒤집어쓰고 캠퍼스에서 비를 피해 뛰어다니는 장면이에요. 대학의 낭만이라고 하면 바로 이장면이 떠올랐죠. 멋있는 선배오빠와 두근거리며 비속을 달리는...생각만으로도 비내음과 풀내음이 코끝을 스치며 수줍은 미소가 절로 나요. 실제로는 대학시절 못해보았다는게 함정이지만요.

미세먼지가 가득한 하늘을 보고 어린 아가의 얼굴을 보자니 미안함이 올라왔습니다. 엄마를 포함한기성세대가 너희들의 이런 미래의 캠퍼스 낭만까지 빼앗아 버린거 같아 말이죠. 아장거리며 나가지도 못하는데 무슨 캠퍼스까지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이 살면서 누리고 가슴에 조용히 담고 있는 멋있는 순간들이 있자나요. 우리아가도 그런 순간이 많았으면 하는게 엄마의 바램이구요.

물론 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많고 많은 노력들이 합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되어요. 그리고 분명 개인으로서 제가 해야할 일이 있겠죠. 미루지만 말고 투덜거리지만 말고 제가 할수 있는것 부터 생각하고 행동해보아야 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저는 저의 아가에게 많은 추억과 낭만이 있는 삶을 주고 싶으니까요.